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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그 이상의 소식/Today Asia

중앙일보 보도 풀뿌리 축구..보도 특집

by 호이링 2012. 12. 7.

너무 좋은 기사라서 보존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염치 불구 스크랩해버렸습니다(중앙일보에서 요청하시면 삭제하겠습니다. ) 아래 클릭하면 원문을 볼수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나카니시 다이스케(55·사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이사(디비전 디렉터)는 J-리그 승강제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J1과 J2가 승강제를 처음 실시한 1999년에 승강제 관련 실무를 담당했다. 디비전 시스템의 출발점에 선 한국 축구를 향해 그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하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20일 나카니시 이사와 인터뷰를 한 요코하마 NHK 스프링 미쓰자와 스타디움에서는 요코하마 FC와 제프 유나이티드 지바의 J2리그 승격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1만2000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은 하늘색(요코하마)과 노란색(지바) 유니폼을 입은 양 팀 서포터들로 메워졌다. 경기는 치열했고, 관중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나카니시 이사는 “지난 시즌까지 J-리그 승격은 J2리그 1, 2, 3위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J2리그 중위권 팀들의 목표 의식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있어 1, 2위에만 승격권을 주고 나머지 한 장은 3~6위 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J-리그는 아마추어 클럽들의 프로 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J3리그를 만드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니시 이사는 “J-리그도 승강제를 도입할 때 한국 축구와 똑같은 고민을 했다. 강등 팀들이 줄줄이 해체할까봐 전전긍긍했다”며 “하지만 ‘이 팀이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하다’는 팬들의 인식이 있고 강등되더라도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팀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그리고 구단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선수 2만 vs 92만 … 축구의 힘은 ‘풀뿌리’서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2012.12.05 00:50 / 수정 2012.12.05 01:23

조기축구도 K-리그다 …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을 찾아서 ① 일본

지난달 1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2부 리그 요코하마 FC와 제프 유나이티드 지바의 1부 승격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승격에 실패한 요코하마 선수들이 홈팀 팬들에게 찾아가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국 축구를 오래 취재한 외국 기자들은 세 가지 사실에 놀란다. 주말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기축구의 뜨거운 열기에 감탄하고, 그런 팀이 전국에 5000여 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러워한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KFA) 등록 선수가 2만4000여 명(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접하고는 의아해한다. 그들은 묻는다. “주말마다 전국의 운동장을 가득 메우는 그 축구선수들은 도대체 누구냐”고.

 한국 축구는 유럽식 디비전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시작하는 프로축구 1, 2부 승강제가 출발점이다. 하지만 3부리그 이하 아마추어까지 아우르는 완성형 승강제의 도입은 여전히 요원하다. 중앙일보는 ‘아시아식 승강제의 참고서’ 일본과 ‘디비전 시스템의 완성형’ 독일의 사례를 현장 취재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의지만 있으면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은 당장도 가능하다’. 특별취재팀

◆한국의 현실-승강제, 도입은 했는데…

 프로축구 K-리그 소속 광주 FC와 상주 상무가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부 리그로 떨어졌다. 한국 프로축구도 드디어 상·하위 리그 간 승강제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내년 프로축구는 1부 14팀, 2부 8팀(예정)이 참가하는 1, 2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프로축구연맹은 1부 최하위권 팀과 2부 최상위권 팀들을 맞바꾸는 승강제를 내년부터 본격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승강제가 정착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몇몇 K-리그 시·도민구단 관계자들은 “언제든 강등되면 곧장 팀을 해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 프로 2부 리그의 탄생과 함께 기존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가 각각 3부 리그와 4부 리그로 한 단계씩 위상이 내려간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내셔널리그 전통의 명가 고양 KB국민은행이 올 시즌을 끝으로 전격 해체를 선언한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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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승강제의 범위를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수(KBS 축구 해설위원) 세종대 교수는 “프로축구 승강제의 도입을 계기로 승강 범위를 챌린저스리그까지 확대해 4부 리그 체제의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조기축구회 등 제도권 밖에 있는 클럽들을 끌어안을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승강제와 디비전 시스템을 이웃 일본은 반세기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관건은 ‘승격’이 아닌 ‘지역 밀착’

 일본은 1993년 프로축구 J-리그를 출범시켰고, 프로 2부 리그(J2)와의 승강제는 99년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프로 이하 하부리그의 디비전 시스템과 승강제는 무려 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아마추어 위주의 풀뿌리 축구가 탄탄히 자리 잡은 뒤에야 치밀한 준비를 거쳐 프로축구를 출범시켰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급하게 프로리그부터 먼저 만든 우리나라와 확실히 다르다.

 일본 축구 디비전 시스템은 크게 여섯 단계로 나뉜다. 프로리그인 J1(18팀)과 J2(22팀)가 최상위에 있고, 세미 프로 형식의 실업축구리그(JFL·18팀)가 3부 리그를 이룬다. 지역별 우승팀이 모여 겨루는 전국선수권(32팀)과 9대 권역별 지역리그(128팀)가 각각 4, 5부 리그로 운영되며 그 저변에는 500여 팀이 참가하는 전국 47개 도(道)·부(府)·현(縣) 리그가 있다. 도·부·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지역 내 승강 시스템 까지 디비전으로 인정할 경우 최대 11부 리그까지 확장된다. 일본축구협회 등록 선수는 92만7000여 명(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40배에 이른다.

 이론적으로 일본의 축구클럽은 승격을 거듭할 경우 J1리그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모든 팀이 1부 리그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팀별 사정에 따라 ‘프로 진출(2부 리그 이상)’과 ‘전국리그 진출(3부 리그 이상)’, ‘지역리그 지위 유지(4부 리그 이하)’ 등으로 목표를 달리한다.

 대표적인 예가 선수단 전원이 한인들로 구성된 FC 코리아다. 4부 리그 소속의 도쿄 연고 클럽으로,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JFL 승격 기회를 얻었으나 후쿠시마 유나이티드에 졌다. 3부 리그 승격 실패 직후인 지난달 20일 도쿄에서 만난 성찬호(42) FC 코리아 매니저는 “우리 팀은 남과 북, 조총련과 민단의 구분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로만 이뤄져 있다. 자이니치(在日·재일동포를 일컫는 말)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 온 선수도 두 명이 뛴다”며 “연간 600만 엔(약 79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는 모두 도쿄 인근의 민족계열 회사와 상점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이니치는 일본 법규상 ‘외국인’에 속하기 때문에 FC 코리아는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의 적용을 받는 프로 클럽으로 전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세미 프로인 JFL 진출을 최종 목표로 정한 것”이라며 “전국리그인 JFL에 올라가 일본 각지를 돌며 동포들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꿈이다. 일본의 축구클럽 중에는 우리처럼 특수한 목적 아래 운영하는 팀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목표를 지닌 팀들이 뒤섞여 공존하는데도 일본의 디비전 시스템이 큰 불협화음을 내지 않는 이유는 클럽 운영의 가치 기준이 ‘조속한 승격’이 아니라 ‘지역 밀착’이기 때문이다. 재일 축구칼럼니스트 신무광(40)씨는 “일본에서도 승강제 시행 초기에는 한국처럼 상위 리그에 승격할 권한을 얻고도 포기하는 팀이 많아 문제가 됐다. 하지만 오랜 기간 승격과 강등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각 구단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일본의 클럽들은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보다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얻느냐’에 더욱 집중한다”고 말했다.

 일본 클럽 중에는 하부 리그로 떨어진 뒤 오히려 평균 관중 수가 증가한 사례가 있다. 우라와 레즈, 베갈타 센다이, 가시와 레이솔 등이 대표적이다. 신 대표는 “일본 클럽축구 정책은 확고하다. 축구팬들이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홈 경기를 ‘흥겨운 마을 잔치’로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 또한 클럽이 지역 팬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승강제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라 진단했다.

쾰른FC 강등됐지만 5만 홈구장 꽉꽉 차

[중앙일보] 입력 2012.12.06 00:49 / 수정 2012.12.06 00:49

슈미츠 홍보팀장 “한결같은 팬심, 해체 상상 못해”

슈미츠 홍보팀장
“쾰른 시민들에게 쾰른 FC는 쾰른 대성당 같은 존재다.”

 토비아스 슈미츠(37) 쾰른 FC 홍보팀장이 “K-리그 몇몇 구단은 2부리그로 강등되면 ‘팀을 해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는 기자의 설명에 깜짝 놀라 건넨 대답이다. 22일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슈미츠 팀장은 “하부리그로 강등된다고 팀을 없앤다는 건 독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쾰른 FC는 2부리그 클럽이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 17위에 그쳐 통산 5번째로 강등됐다. 1962년 분데스리가 창설 멤버지만 최근엔 1·2부를 오르내리는 신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 클럽 전체 인기 순위에서는 6위권을 지키고 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쾰른의 홈구장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 관중 점유율은 2부리그 경기임에도 여전히 90%에 육박한다.
공식 서포터스(유료 회원) 5만5000명, 전국의 팬 400만 명이 변함없이 쾰른 FC를 지지하고 있다.

슈미츠 팀장은 “구단과 선수, 팬들 모두 다시 1부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아래 똘똘 뭉쳐 있다. 독일 2부리그 이하 대다수 클럽도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쾰른은 승격과 강등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관련 노하우를 차곡차곡 정리해 매뉴얼화했다. 하부리그 강등될 경우 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팬들을 위한 행사에는 지출을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쾰른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간판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7)를 아스널(잉글랜드)로 이적시킨 것을 포함해 44건의 이적을 성사시켰다. 몸값 비싼 선수들을 팔고 유망주들을 데려와 빈자리를 메웠다. 팬들을 위해 시즌 티켓 가격을 20% 할인하는 대신 스킨십 마케팅은 더욱 강화했다.

 이날 팀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북한대표팀 출신 쾰른 공격수 정대세(28)는 “선수들 모두 다음 시즌 1부리그로 올라가자는 열의와 희망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쾰른 팬 레오니 뮬러(67)는 “자식이 성적 부진으로 학교에서 1년 유급을 당했다고 그 아이를 쫓아낼 부모는 없다. 그럴 땐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하다”는 말로 강등팀을 대하는 팬의 심정을 설명했다.

슈미츠 팀장은 “해체를 논하는 K-리그 몇몇 팀도 독일 2부리그 이하 팀들처럼 절망보다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쾰른(독일)=박린 기자

지역협회 키우는 독일이 롤모델

[중앙일보] 입력 2012.12.06 00:48

완성형 승강제 못하는 한국
중앙집권적 축구협회가 문제

한국축구가 완성형 승강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시스템의 부재’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을 기준으로 프로 1, 2부 리그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까지 네 단계 디비전 시스템을 확보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우려해 승강제의 범위를 프로리그 밖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5000여 개에 이르는 조기축구팀을 비롯해 최대 2만 개에 달하는 미등록 클럽들에 대해선 관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똑같은 고민에 대해 수십 년 전 독일축구협회가 내린 결론은 ‘지방자치제’였다. 디비전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 독일축구협회가 주도권을 쥐고 큰 틀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하부 리그의 운영은 각 지역 축구협회에 맡겼다. 반면 한국 축구계의 행정력과 돈주머니는 대한축구협회에 쏠려 있고,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대한축구협회는 생색내듯 16개 시·도축구협회 운영비로 한 달에 몇백만원씩을 내려 보낼 뿐이다.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이 뿌리내리려면 시·도축구협회가 튼튼해져야 한다. 지역 클럽들이 활성화되고 권역별 리그가 정착된다면 수백만 명의 축구 동호인이 대한축구협회 등록 선수가 되고, 이들이 내는 회비가 자신들에게 되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 이렇게 생각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2.12.07 00:44 / 수정 2012.12.07 00:44
◆최소 K-3까지 조속히 승강제 도입해야

K-1, K-2를 넘어 최소 K-3까지는 빠른 시일 내에 승강제가 이뤄져야 한다. 더 바람직한 방안으로 간다면 시·군·구에서 조기축구가 아닌 정식 리그가 시행돼야 한다. 더 큰 그림을 그린다면 시·군·구에서는 두 가지 리그가 병행돼야 한다. 성인 리그와 유소년 리그다. 한국은 인구 대비 축구협회 등록인원이 축구 선진국의 5~7%에 불과하다. 축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

◆2부 리그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확장을

한국 축구 승강제 구조는 아직 취약하다. 일본도 안정적인 2~3부를 운영하는 데 10년 걸렸다. 한국은 일단 2부리그를 경쟁력 있고 건강한 리그로 만드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이후 차차 하위리그로 디비전 시스템을 확장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등이 힘을 합친다면 이르면 4~5년 안에는 3부리그까지 승강제가 구축될 수 있다고 본다.

안기헌 K-리그 사무총장

◆디비전이 한국축구 비약적 발전 이끌 것

디비전 시스템은 한국 축구의 저변을 탄탄히 하고 발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축구계 대통합 프로젝트’에는 서로 반목하는 축구인들뿐만 아니라 엘리트 축구와 아마추어 축구의 교류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중앙일보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하는 축구협회장이 되겠다.

김석한 축구협회장 후보

◆아마추어 부문, 축구협회가 끌어 안아야

현재 생활축구연합회가 관장하는 아마추어 부문을 대한축구협회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축구협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명감을 느끼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디비전 시스템의 완성과 전면적인 승강제의 실시는 한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축구 문화에 물들도록 도울 것이다. 한국형 승강제의 방향을 제시한 중앙일보에 감사드린다.

황보관

4부 리그 나눠 승강제 하는 울산에, 미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2.12.07 00:41 / 수정 2012.12.07 00:41

조기축구도 K-리그다 …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을 찾아서 ③ 한국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다.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1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K-리그 경기. [중앙포토]
프로축구 K-리그 울산 현대의 허진영(29) 홍보팀장은 주말마다 축구화를 신는다. 그는 울산 지역 아마추어 축구인들이 만든 ‘울산리그’의 2부리그 클럽 ‘FC 제로’ 소속이다. 허 팀장은 공구상가 상인들이 주축이 된 FC 제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울산리그는 2001년 태동 이후 꾸준히 참가팀을 늘리며 성장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승강제를 포함해 4단계(1부·2부A·2부B·3부 모두 45팀)의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럽 프로리그처럼 8월 말 개막해 이듬해 6월까지 시즌을 진행한다. 선수 개개인의 기록을 보관할 뿐만 아니라 선수 등록기간과 이적 허용기간까지 두는 등 프로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울산에는 20대 청년들이 주축이 된 울산축구클럽리그도 있다. 57개 팀이 5부리그 디비전 시스템으로 시즌을 치른다. 116만 명이 사는 울산에 승강 시스템을 갖춘 아마추어리그가 2개나 있는 셈이다. 허 팀장은 “우리나라 클럽축구 전체를 아우르는 디비전 시스템이 갖춰지면 FC 제로를 포함해 울산의 아마추어 축구팀들이 앞다퉈 참여할 것”이라며 “FA컵 무대에서 울산의 지역 라이벌인 포항 스틸러스와 맞대결하는 꿈을 꾼다”며 웃었다.

 ◆꿈★이 이뤄지려면

우선 대한축구협회의 지방 분권화가 필수적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 시스템이 지나치게 엘리트 위주로 짜여 있다고 입을 모은다. 축구협회의 행정력이 4부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이상 클럽들에만 미치다 보니 조기축구회 등 풀뿌리 축구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의 예산과 권한 중 상당 부분을 시·도축구협회로 이양해 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축구협회는 연간 예산 1억7000만 유로(약 2500억원) 중 약 4분의 1인 4000만 유로(566억원)를 지역축구협회에 배정해 풀뿌리 축구 관리에 쓴다. 일본축구협회도 선수 한 명당 3000엔(약 3만9000원)씩 받는 등록비 27억7000만 엔(약 364억원)을 매년 전액 지방축구협회로 돌려주고 있다.


 한국 축구가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적잖다. 축구와 관련한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축구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선수층도 탄탄해진다. 축구 선진국의 경우 운영비가 넉넉지 않은 하부리그 팀일수록 이적료 수입을 기대하며 젊은 유망주 위주로 선수단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흙 속의 진주’가 탄생한다.

 나카니시 다이스케 일본 J-리그 이사는 박지성(31·퀸스파크 레인저스)을 일본 축구 디비전 시스템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그는 “박지성의 전 소속팀 교토 퍼플 상가(현 교토 상가)가 1부에 있을 때 박지성은 유망주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토가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자 비로소 박지성에게 기회가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엘리트-생활축구 통합이 급선무

지난 3월 열린 울산축구클럽리그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울산축구클럽리그]
둘로 갈라진 한국 축구의 관리 주체를 통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각급 대표팀을 비롯한 엘리트 축구는 대한축구협회가, 조기축구회와 동아리 리그 등 풀뿌리 축구는 전국생활축구연합회가 관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생활축구연합회 실무진은 “조직 통합이 어렵다면 클럽축구 부문만이라도 연합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효중 생활축구연합회 사업부장은 “5000개가 넘는 조기축구팀 중에는 소속 직장의 지원을 받아 챌린저스리그 수준(연간 5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쓰는 팀도 많다”며 “5부리그 이하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리그를 관리하는 박윤동 울산축구협회 부회장도 “울산 아마추어리그 1~3부가 권역별 리그로 형태만 바꾸면 자연스럽게 5~7부리그가 탄생한다” 고 강조했다. 내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이 새로 뽑힌다. 새 회장의 의지와 결단이 있다면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은 당장이라도 닻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