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영상/축구이상의 감동

월드컵 최종예선 지상파TV 중계불발의 본질은 한국축구의 노출기회 축소입니다.(시즌 2)

호이링 2012. 6. 10. 09:39


일단 한국축구를 움직이는 재원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걸 좀 생각해보죠.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팀이 최소 8개 최대 10개 있습니다. 볼까요? 남녀 국가대표팀, 남녀 올림픽팀(U-22), 남녀 청소년팀(U-19,U-16),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 출전팀. 여자축구의 경우 국가대표팀과 올림픽팀의 구별이 없지만 남자축구는 다릅니다. 그들 팀을 인솔하고 지도하는 코칭스탭들만 따져도 30명 가까이 되더군요. 국가대표팀은 소집훈련기에만 인건비가 나가지만, 코칭스탭들은 연봉 계약을 맺고 축구협회 소속으로 일하고 있습니다.(여자축구는 열악해서 일당으로 지급받는 신분이라고 하더군요.)

여자축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계적으로 여자축구를 상비군화하여 운영하는 협회가 별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한국 중국 북한 정도에 여자축구상비군 제도가 있죠. 다른 나라들은 여자축구 하면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이며 그런 동호회에서 뛰는 선수들로 국제대회를 앞두고 며칠 훈련해서 출전합니다. 미국 독일같은 부자나라들도 그런 정도라니 여자축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축구선진국들은 프로축구 클럽 산하에 여자축구팀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니 이런 조치에 힘입어 여자축구가 생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WK리그가 있는데, 홈 어웨이 방식의 정규리그는 아니고 한 지역에서 몰아서 경기하는 형태입니다. 어쨌든 그런 리그 운영도 돈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무튼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대중의 관심과 흥미가 떨어지는 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여자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 나가 우승했는데, 이 때문에 일본사회가 축구에 대해 큰 호의와 지지를 보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자축구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게 여자축구임을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죠.

축구협회가 조직운영비를 책임지고 있는 리그가 또 있습니다. 내셔널리그 K3(챌린저리그) U리그 중고등학교의 주말리그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조직운영비란 코칭스탭 인건비나 훈련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리그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돈이 필요합니다. 이 밖에 전국 초등학교 축구 지도자들에게 축구협회에서 매월 소정의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연간 예산이 1천억원을 상회한다고 하지만, 이런 거 다 따지면 사실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 재원이 있었기에 2002년 이후 한국 축구는 아시아 축구의 파워하우스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과 이란의 축구재정은 비슷했는데, 지금은 확연히 차이가 나고 그 차이가 각급 국가대표팀의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제 페르시아풋볼닷컴(PFDC)에 가보니 이란 축구팬들이 카타르vs대한민국의 경기를 보고 긴장하고 있더군요.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콧대높은 이란 축구인들이 한국축구를 겁내는 이유는 축구에 대한 투자에 있어 한국이 이란보다 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사우디아라비아는 그렇게도 엄청 축구에 투자하더니 올림픽 월드컵 다 지역예선 탈락하고 지금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 오른 서아시아지역 팀들 중 3팀이 사우디리그 소속임은 그들이 남은 기회인 아챔에서마저 실패할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가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사우디 축구는 지금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축구협회 예산은 대한축구협회의 그것을 2배 이상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재원이니 국제초청대회 출전도 한국보다 많이 할 수 있는 것이겠죠.

중국이야 익히 알다시피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에서 축구육성을 국가적 시책으로 삼고 있죠. 그에 필요한 재원을 다렌스더, 상하이선화, 광저우헝다 등 주로 부동산 건설 계통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정치권력에 기업이 아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렌스더 회장의 개인 돈으로 중국대표팀 감독인 엑토르 카마초가 초빙되었고, 니콜라스 아넬카가 상하이 선화 감독 겸 선수로 부임했고, 마르첼로 리피는 광저우 헝다 회장 쉬자인이 모셔왔습니다. 감독뿐 아니라 선수영입에도 미친듯 투자하고 있는 게 중국 축구의 현실이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인 리커창(공청단 계)은 다렌스더와, 시진핑(상하이방 계)은 상하이선화와 각별한 관계입니다. 광저우헝다 구단주 쉬자인은 보시라이(태자당 계)에 줄을 대고 있다가 보시라이와 리커창의 권력투쟁에서 리커창이 승리하자 시진핑에게 붙었습니다. 시진핑은 상하이방과 태자당 연합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에 이어 차기 중국 국가주석으로 유력하게 떠오르는 실세죠. 그 시진핑이 축구에 쏟는 관심과 열의가 남달라 지금 중국의 부동산 재벌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는 겁니다. 남자축구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여자축구는 찬밥취급 받고 있고, 이 때문에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중국여자축구는 많이 쇠퇴되었습니다.

한국축구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재원은 대기업입니다. K리그 기업구단들의 모기업들이 바로 그들이죠.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팀들이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가 그 모기업들의 축구에 대한 투자 덕분입니다. 아챔은 한국 스포츠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있는 이벤트인데, 전북현대 성남일화의 성공을 보고 삼성 SK 현대중공업 GS 포스코 등 축구팀을 갖고있는 모기업 당사자들도 아챔과 FIFA 클럽컵의 열기를 보고 축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의 투자가 축구계에서 돌고돌아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구단에도 돈이 돌고 있는 거죠. 이들 대기업의 투자재원을 놓고 지금 프로축구는 프로야구와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가대표팀이라는 존재는, K리그를 운영하는 모기업에게 일종의 투자참고자료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한데 축구팀에 투자할 흥이 나지 않죠. 한국은 스포츠 문화가 국가주의를 배경으로 형성되었고, 축구는 그 중에서도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작동하는 종목입니다. 월드컵 올림픽에 나가 선전할 때 K리그가 융성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여실히 경험했지 않습니까. 2002 월드컵의 대성공으로 한국에서 축구가 야구를 누르고 기업과 지자체의 후원을 받으며 볼륨을 늘려갔는데 2008 올림픽에서 우리 올림픽팀이 조예선 탈락하고 야구는 금메달을 땄죠. 그 이후로 ‘축구장에 물 채워라’란 비아냥이 특정세력에 의해 유포되었습니다.

대표A팀이 2006년 월드컵에서 최초의 원정대회 1승을 올리고 스위스에 밀려 아깝게 16강 진입에 실패했을 때까지만 해도 K리그에 대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비아냥대지 않았던 자들이 2008 올림픽을 계기로 머리를 들더니 지금 축구팬과 야구팬들 사이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을 정도로 험악합니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지만 베이징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2010 월드컵 이후에도 축구에 대한 비아냥은 야구를 감싸고 도는 세력들에 의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K리그를 철저히 밟아놓으면 한국축구의 나머지 분야도 단계적으로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그들의 최종목표는 대한축구협회와 국가대표축구팀이고, 한국사회에서 축구를 마이너스포츠의 영역으로 몰아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개인적인 언행에서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들은 대표적인 공인들이죠. 일반 연예인들과도 구별됩니다. 그들은 축구라는 지구촌의 가장 주목받는 스포츠의 국가단위 경쟁에서 나라를, 국민을 대표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정착되어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스폰서들은 그 대표팀의 이미지를 자사의 홍보에 활용하고자 수억원~수백억원의 비용을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고 투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축구대표선수가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거나 사회정의에 관련된 국민감정과 관행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 축구협회 스폰서들은 그런 선수들이 있는 대표팀을 후원할 생각을 접게 될 것입니다. 축구협회가 각급 대표팀의 훈련과정에서 이런 점을 대표팀 코칭스탭에게 유의해 지도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축구협회의 재원은 그들 스폰서들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고 축구협회의 재원이 마르면 이 글 허두에서 제시한 그 많은 팀들의 훈련비와 지도자 재교육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연쇄적으로 한국 축구의 기반이 허물어지게 될 수 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대표팀의 성적 부진으로 연결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축구를 움직이는 마지막 재원은 축구선수들을 자식으로 둔 학부모의 회비입니다. 선수 개인당 월 100만원 내외로 알려진 이 비용은 한국의 일선학교 축구부를 지탱하게 하는 생명선입니다. 그 회비가 투여되지 못하면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의 축구부는 축구지도자들의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고 훈련비와 이동비도 구하지 못해 흐지부지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거죠. 일반학생을 자식으로 둔 학부모가 일류대학 진학을 목표로 어려서부터 각종 사교육에 투입하느라고 허리가 휘듯이, 축구선수를 자식으로 둔 학부모는 자식들을 K리그에서 뛰게 하기 위해 매월 100만원 혹은 그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겁니다. 그 투자가 워낙 힘겹기 때문에 축구선수들은 하루라도 빨리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유럽빅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고 노래하듯 말하고 있죠. 꿩 대신 닭이라고, 유럽 아니면 일본에라도 진출하겠다는 것이 청소년대표팀 이상을 거친 축구 유망주들의 생각입니다만, 진실을 말하자면 K리그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축구선수로서는 엄청난 경쟁을 돌파하여 나름대로 성공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선수 개인과 학부모들의 이 과중한 부담은 한국축구의 목을 옥죄고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축구협회에서는 일선학교 지도자들에게 매월 소정의 금전을 훈련지원비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대표팀을 매개로 한 축구협회의 수익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AFC의 핵심수익사업이지만 한국의 방송사들과 축구협회에 있어서도 비교불가의 관심대상입니다. 방송사들은 영업전략에, 축구협회는 스폰서 노출을 위해 절대적인 위상이죠. 그 최종예선 경기 중계를 지상파 TV가 포기함으로써 JTBC가 중계권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중계권 계약에 건네진 액수가 실제로 얼마였는지 당사자들이 밝히지 않아 실상을 알 수 없지만, 나는 이것을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지상파 TV들의 압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난번 컬럼 ‘이번 중계불발 사태의 본질은...축구노출 쿼터 축소’에 이어 두 번째로 쓰는 이유입니다.

축구협회가 2002년 이후 크고작은 스폰서들을 끌어들여 재정적 독립을 어느 정도 구축하게 된 것을 바라보는 방송사 관계자들의 눈꼬리는 그간 위로 치밀어올라 있었습니다. 축구협회 너희들이 누구 덕에 스폰서 유치했는데...우리가 대표팀 경기 중계 안 했더라면 축구협회에 손님 끌 수 있었을 것 같냐? 축구협회 너희들, 우리 말 안 들으면 가만 안 놔둔다...이것이 방송사 당국자들의 시각이라는 거죠. 이번 사태에 그들이 다른 장소가 아니라 축구협회 회관에서 뻔뻔스레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불가를 기자회견으로 발표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들은 언제든 축구협회는 자기들 손아귀에 매어둘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영원한 '갑' 그들 방송권력은 그간 대표팀 A매치 중계를 3사가 통을 짜서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광고수익을 올렸는데 그 관행을 AFC의 마케팅 대행사 WSG에도 적용하려고 했다가 한 방 얻어맞은 것입니다. 설마 종편에서 그 중계권을 사겠나 했다가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있는 종편의 한 축에 당한 것이 이번 사태의 시말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의 분풀이가 대표팀의 노출기회 차단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축구협회로부터 스폰서들을 떼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축구협회를 궁지에 몰고 축구협회로 몰리는 재원을 차단함으로써 지상파TV의 입맛대로 축구협회를 쥐락펴락하려는 전략이 개입되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상파 방송이 얻을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이겠습니까? 자사이기주의도 정도가 있지, 월드컵 같은 국민적 자긍심이 달려있는 행사가 방송사들의 사익에 의해 파토난다면 그것이 무슨 발전이겠습니까? 국익을 위해서라고요? 국민적 자존심이라고요? 방송사들이 AFC와 WSG에 끌려가지 않겠다면 말이 되겠지만 국익이니 국민적 자존심이니 이런 표현은 그다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국익을 위한다면 EURO 2012는 어째서 만만치 않은 비용을 내고 중계하는 것이며 EPL이니 분데스리가니 하는 외국프로축구리그는 왜 중계하는 겁니까? 일본 프로야구 미국프로야구 중계는 국익을 위해 비싼 돈 내고 중계하는 겁니까?

차제에 공익을 위해 복무한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과 재무제표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스포츠 중계와 관련된 비용과 수익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한 감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걸핏하면 국민의 방송, 국가의 공기임을 자처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방송3사를 국민의 통제와 감시 하에 자리잡게 하는 출발점일 것입니다. 나는 축구팬이기 전에 33개월의 병역의무를 이행했고 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입니다. KBS의 시청료도 한 달도 안 거르고 자동납부하고, 아니지 징수당하고 있습니다. 시청자가 있기에 KBS를 비롯한 방송권력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파투의 파투스님의 글을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