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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선수 가운데 10% 정도만 프로에 진출한다. 평균적으로 매해 300~400명이 넘는 선수들이 국내취업에 실패한다. K리그에서 방출된 선수와 졸업 이후에도 팀을 찾는 선수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과거였더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축구를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에는 선택지가 늘었다. 국내 팀에서 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가까운 곳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한국선수가 뛸 수 있는 아시아 리그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중소 규모의 리그에서도 아시아쿼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국선수를 찾는 구단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왜 한국선수를 원하는지, 어떤 생활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지, 리그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김환의 A-리포트] 네 번째 나라는 말레이시아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를 각각 슈퍼리그와 프리미어리그라고 부르는 축구의 나라. 동남아에서 가장 뜨거운 리그, 말레이시아 프로축구를 들여다봤다.
■ 기본 정보
국가 - 말레이시아
리그 - 슈퍼리그(1부, 12개팀), 프리미어리그(2부, 12개팀), FAM리그(3부, 17개팀)
외국선수 규정 - 일반 3명 + 아시아쿼터 1명
클럽대항전 - AFC챔피언스리그 예선 1장(리그 1위, 탈락시 AFC컵 합류), AFC컵 본선 1장(리그 2위)
리그 강팀 - 조호르다룰탁짐, 셀랑고르, 펠다유나이티드
■ 탄탄한 구조 - 3개 리그와 비중 있는 컵대회
말레이시아 리그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탄탄한 구조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리그(1부), 프리미어리그(2부), FAM리그(3부)로 이어지는 3부 리그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의 팀들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모든 구단이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건 아니지만, 중간에 위치한 팀들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1부 중위권 팀과 2부 중상위권 팀의 규모가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인 선수들이 1부와 2부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말레이시아 프로축구는 리그와 컵대회 비중이 비슷하다. 일단 1~2부 팀의 리그 경기가 팀당 22경기로 적은 편이다. 리그에서 1년에 38경기를 치르는 K리그 클래식과 비교를 해봐도 차이가 크다. 그 대신 전반기에 열리는 FA컵과 후반기에 열리는 말레이시아컵(국왕컵)에 더욱 힘을 쏟는다. 이곳에서는 컵대회라고 해서 2군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한해를 마무리하는 경기인 국왕컵 결승은 인기가 대단하다. 케다와 셀랑고르가 맞붙었던 2016년 국왕컵 결승전에는 총 7만9782명의 관중이 모였다. 국제 대회 못지않은 열기다. 토너먼트 컵대회 메인스폰서 규모가 30억 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리그 못지않은 인기라고 할 수 있다. 2부 리그 팀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도 컵 대회 덕분이다. 모든 팀이 나갈 수 있는 FA컵과 1부 리그부터 2부 리그 4위까지 나갈 수 있는 국왕컵을 위해 2부 리그 팀도 1부 리그 수준의 투자를 한다. 1부 리그로 승격하지 못하더라도 컵 대회에서 성적을 낸다면 의미 있는 시즌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리그가 최우선시 되는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다.
관중 수에 있어서는 빈부 격차가 심하다. 리그 최강팀 조호르의 2016시즌 리그 홈경기 평균 관중은 1만7459명이다. FA컵 2만3091명, 국왕컵 1만2775명, AFC컵 1만4675명으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성적이 낮은 팀의 경우에는 천명 대의 관중이 들어오기도 한다. 시즌이 뒤로 갈수록 컵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히려 리그 관중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16시즌 리그 평균 관중 수는 시즌 초 1만 명에서 시작해 결국 6758명으로 끝났다. 한국 인구의 60% 수준(약 3000만 명)인 걸 감안했을 때 적은 관중수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말레이시아 리그의 단점은 유소년에 대한 투자가 주변 국가에 비해 늦었다는 점이다. 유스 선수를 키워서 스타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정착시키지 못했다. 프로 팀뿐 아니라 국가대표팀 차원에서의 유소년 육성도 부족했다. 1960~70년대 아시아 축구의 강국이었던 말레이시아가 몰락하게 된 것도 지속적인 육성을 하지 못해서다. 위기를 느낀 말레이시아 축구협회는 지난 2014년 국립대학인 마라기술대학교(UiTM) 안에 유소년 육성 시설을 만들어 각 팀의 유망주들을 모아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텡쿠 압둘라 말레이시아 축구협회장은 당시 유소년 계획을 밝히면서 “1970년대에는 한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이제는 비교조차 어렵다. 유소년 육성을 통해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클럽 팀도 뒤늦게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 술탄과 축구 - 왕이 이끌고 기업이 따라오고
말레이시아는 연방제 입헌군주국이다. 13개의 주 가운데 9개 주에 술탄(지역의 왕)이 있으며 이들이 번갈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에 취임한다. 술탄이 없는 4개 주는 국왕이 이끈다. 실질적인 나라 운영은 총리가 도맡아하지만, 술탄들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술탄은 말레이시아 축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축구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술탄에게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상위권 축구팀 상당수가 술탄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기업 구단보다 오히려 술탄이 운영하는 구단이 체계적으로 잘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의 광저우헝다’라고 불리며 말레이시아 축구를 평정한 조호르다룰탁짐도 술탄에 의해서 움직이는 팀이다. 술탄 가운데서도 경제력이 좋은 편인 조호르주의 술탄 이브라힘이 팀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강팀으로 거듭났다. 왕년의 축구스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의 친분을 이용해 매 시즌 아르헨티나 리그의 정상급 외국인선수를 수급해 성공을 거뒀다.
술탄은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힘까지 가졌다.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하려면 가장 먼저 술탄에게 잘 보여야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축구팀을 도와주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메인스폰서나 A보드 스폰서 등을 통해 축구단을 돕지만, 말레이시아는 조금 특별하다. 기업들이 특정 스타플레이어의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후원을 한다. 연봉뿐 아니라 해당 선수의 집과 자동차까지 대신 지급한다. 기업은 술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선수에 대한 소유권도 갖게 된다. 기업과 관련된 행사가 있으면 해당 선수를 불러 홍보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이러한 선수의 경우 원정 경기를 떠날 때 구단 버스를 타는 게 아니라 구단주의 차에 동승해 이동을 하기도 한다. 일종의 특별대우다. 술탄, 팀, 선수,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이처럼 술탄의 힘이 엄청난 건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왕과 개념이 달라서다. 말레이시아에서 왕, 즉 술탄이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경제까지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이다. 동남아시아학을 전공한 양창원씨는 “말레이시아의 술탄들 중에 상당수가 기름과 관련된 사업을 통해서 많은 부를 축적했다. 말레이시아의 술탄은 단순한 지역 유지가 아닌 지역에서 정치, 경제적 자원을 가진 인물이다. 따라서 술탄은 축구단에도 충분히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중계권 대박 - 어떻게 15년간 3300억 원을 약속받았나
2016년 말레이시아 리그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세계적인 스포츠 중계권 기업 ‘MP&실바(Silva)’가 말레이시아리그 중계권에 투자하면서 리그에 대한 지분을 가져갔다. 이와 함께 리그 운영권이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에서 풋볼말레이시아(FMLLP)로 넘어갔다. MP&실바 중심으로 새롭게 탄생한 리그 운영기구 FMLLP가 말레이시아리그를 향후 15년간 경영한다.
이 계약은 동남아시아에서 상상하기 힘든 규모다. MP&실바는 15년간 12억6000만 링깃(한화 약 3300억 원)을 말레이시아리그에 쓰기로 했다. 2021년까지는 매해 7000만 링깃(약 183억 원)을 쓰다가 계약 마지막 해인 2031년에는 1억300만 링깃(약 270억 원)까지 투자금을 늘리기로 약속했다. 40%는 말레이시아축구협회로, 다른 40%는 축구단 및 지역축구협회로, 15%는 리그 운영비로, 5%는 유스 및 기타 사업에 쓰인다.
MP&실바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많은 돈을 말레이시아 축구에 쓰기로 했을까? 일단 말레이시아의 방송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이곳은 페이TV(pay TV, 유료 방송)가 활성화된 나라다. 특히 스포츠채널은 유선방송에 가입을 하더라도 추가금을 내야만 시청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가 축구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리그를 보기 위해 돈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유선방송 경쟁 업체가 매우 많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축구리그 중계를 가져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LG U+, KT 올레TV, SK브로드밴드가 K리그 중계권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의미다. 결국 MP&실바도 돈이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투자를 결심했다. 리그를 운영에도 직접 참여하면서 노력 여하에 따라 추가 수익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축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MP&실바가 지난해부터 리그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달라진 모습들이 발견되고 있다. 일단 축구 인프라와 유소년 육성에 돈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몸값도 조금씩 상승 중이다. 술탄 또는 기업 등에 좌우됐던 팀들도 리그 전체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자생력을 갖추는 구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대대적인 투자가 성공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다. 확보된 자금을 통해 리그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야만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리그 흥행과 팽창에만 집중한다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말레이시아축구협회와 MP&실바 측이 힘을 합해야 발전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 사정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축구협회와 풋볼말레이시아(MP&실바)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과 다툼이 존재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성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귀띔했다.그 많은 돈을 어떤 방식으로 현명하게 쓰는가에 말레이시아 리그의 운명이 달려있다.
■ 말레이시아 속의 한국인 - 김진용
김진용은 울산, 경남, 성남, 강원, 포항 등에서 10년간 218경기 36골 20도움을 기록한 수준급 공격수다. 2010년 성남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가는 팀마다 알짜배기 활약을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이후 K리그에서 볼 수 없었다. 2013시즌 도중 소속팀인 강원이 고액 연봉자를 정리하면서 그해 여름 팀을 떠났다. 그는 갑작스런 계약 해지에 불안할 법도 했으나 오히려 여유로웠다. 몸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어디든 가서 잘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진용은 “평생 축구만하다가 주어진 첫 자유 시간이었다. 3개월 동안 편하게 쉬었다. 이후 태국과 말레이시아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좀 더 멀더라도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첫 여행길에 나섰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뛴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감보다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김진용은 말레이시아 프리미어리그(2부 리그) 네기리슴빌란에 입단했다. 1부와 2부의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2부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뛸 수 있었다. 집과 자동차를 제공받은 후 쾌적한 환경 속에서 제 2의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김진용은 “한국에 있을 땐 신경써야할 일이 축구 외에도 많았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서는 내 몸만 잘 관리하면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에다가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시내(쿠알라룸푸르)까지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김진용은 말레이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 케이스 중 하나다. 적응부터 빨랐다. 말레이시아 선수들과는 한류 덕분에 빠르게 친해졌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나오는 연예인 이야기를 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외국인 선수들과는 홈파티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부인 김겨울씨가 만든 다양한 한국 음식을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즐겁게 생활했다. 2016시즌에는 에이전트 없이 스스로 팀을 옮길 정도로 말레이시아 생활에 적응했다. 그는 네기리슴빌란에서 하이콤FC로 옮겨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김진용은 K리그에서 공격수로만 뛰었다. 신인 시절에는 매 시즌 1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전천후 선수였다. 풀백과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뛰었다. 공격수로 활약할 땐 6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날카로웠고, 이후에는 중앙 수비수로도 뛰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총 55경기에 나서 14골 8도움을 기록했다. 김진용은 “말레이시아가 한국 선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재다능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뛰고 싶다면 멀티 능력을 갖추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진용을 포함한하이콤FC의 베스트11
국내에는 여전히 동남아 진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김진용처럼 K리그에서 잘했던 선수가 갑자기 동남아로 떠나면 ‘이제 끝났네’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김진용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진용은 “말레이시아 진출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축구를 보는 눈도 넓어졌으며 소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 기뻤다. 말레이시아에서 뛰는 도중에 결혼도 했고, 최근 촉촉이(태명)까지 얻었다. 그리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으니 만족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부인과 걱정과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 부모님, 장모, 장인어른이 있으셨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김진용은 제 3의 축구인생을 준비 중이다. 현재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K리그 팀을 찾으며 개인 훈련 중이다. 이와 동시에 코치 공부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김진용은 “말레이시아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섰으니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건 사실이나,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기다리면서 몸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말레이시아 진출 전망 - 치열한 아시아쿼터
말레이시아 1~2부 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이력이 필요하다. 아시아에서 온 선수라면 직전 시즌에 1부 리그에서 뛴 경력이 있어야만 한다. 직전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우승팀에서 뛰었다고 하더라도 다음 시즌 말레이시아 1~2부 리그 진출은 좌절된다. 리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말레이시아 만의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리그에서 뛰기 위해 캄보디아, 미얀마 등의 1부 리그에서 잠깐 몸담았다가 이적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선수가 말레이시아 1~2부에 가려면 충분한 경력을 쌓는 게 좋다. 집과 자동차를 지원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려면 경력과 실력을 동시에 인정받아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박용호, 김진용, 남궁웅, 이길훈, 최현연 등 K리그에서 이름을 알렸던 선수들이 거쳐 가면서 눈높이가 올라갔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유명한 선수더라도 테스트는 필수이니 자존심은 조금 내려놓는 게 좋다.
이곳 역시 아시아쿼터로서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한국 선수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나 영입에 있어서 우선시 되진 않는다. 아시아쿼터 경쟁자는 호주나 일본 선수들이 아닌 이슬람권 선수들이다. 인구의 60% 이상이 이슬람을 종교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동권 선수들이 선호하는 리그다. 실제로 레바논, 이라크, 팔레스타인, 우즈베키스탄 등 이슬람권 선수들이 대거 아시아쿼터로 합류해 있는 상태다. 과거에는 영어가 유창한 호주 선수들이 인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슬람 문화에 있는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K리그에서 이름을 알린 한국 선수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평균적으로 받는 연봉은 1억 원에서 2억 5000만원 사이다. 남미에서 온 수준급 선수들의 경우 4억 원 정도까지 받을 수 있다. 조호르가 2013년 파블로 아이마르를 연봉 17억 원에 영입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케이스로 봐야 한다. 쿠알라룸푸르 주변의 팀이라면 생활 수준이 높기 때문에 선수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편하게 축구를 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한발 더 뛰어야 한다. 김진용은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내가 말레이시아 선수들을 받쳐주면서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더 뛰어야 한다. 결국 한국 선수들에게 바라는 건 해결사 또는 결정적인 수비 등 한방이다.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7시즌엔 허재원, 심운섭, 도동현 등 총 7명 이상의 한국 선수가 말레이시아 1~2부 리그를 누비게 될 전망이다.
축구선수로서의 '성공'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상위 리그에서 뛰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선수가 있는 반면, 수준이 비교적 높지 않은 리그에서 뛰더라도 행복한 선수가 있다. 우리는 누가 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의 시선에 성공의 기준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어디에서든지 스스로 즐겁다면, 그것이 곧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편은 인도네시아다.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해 한동안 리그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다시 정상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최근 한국 선수들이 선호하는 리그로 떠올랐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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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환
사진= 조호르, 케다, 페낭, 김진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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